"띵동~", "띵동~"
휴대전화가 쉴세 없이 메시지 도착을 알립니다.
추석을 앞둔 오늘 제가 받은 문자만 30 여통. 잠시나마 어떤 것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로 쉴세없이 메시지가 날아 들어왔습니다.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 이 세 날만 되면 지인들이 보내는 안부인사 전체문자로 하루 이틀 사이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함은 수백통의 문자로 가득차곤 합니다.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은일 일지도 모르지만 매 때마다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전체문자를 받아 본 사람은 그 기분이 그닥 유쾌하지만은 않다는걸 아실겁니다.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문자에 성의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만을 위해 보낸 문자가 아닌 전체문자는 아무래도 성의가 없어 보이는것이 사실입니다.
또 뻔히 나에게만 보낸 문자가 아님을 알기에 답장을 보내기도 어중간하고, 안보내자니 문자를 씹은(?)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참 난감합니다. 이렇게 인사를 위해 보낸 안부문자가 사람을 난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받는 사람이 이렇게 난감해 하거나 또는 살짝 기분 나빠할 전체문자를 저 또한 똑같이 지인들에게 보냈습니다.
내용이야 뻔하게 '추석명절 잘보내시라'는 몇자를 넣었고요.
본인이 전체문자를 받아보면 전체문자가 그리 좋지 않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왜 똑같은 일을 타인에게 반복해서 하게 될까요? 아마도 수백명에게 일일이 전화로 안부를 물을 수도 없고, 일일이 문자를 넣을 수도 없기에 간편한 방법을 찾다보니 전체문자 메시지를 선택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저도 편리함 때문에 이 방법을 택했고, 한 동안 연락하지 않던 분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이 왠지 뻘쭘(?) 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인사를 위해 보내는 이런 전체문자 메시지가 오히려 안함만 못하게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매 명절이 되면 종종 문자메시지 수신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마 이번 설이었던것 같습니다. 문자가 폭주하다 보니 발신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문자 전송이 몇시간 지연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문제는 결국 밀렸던 문자가 몇시간 후 수신자에게 도착했고 그 시간이 새벽 2~3시가 되었던 겁니다.
처음 이런일을 겪었을땐 자초지정을 몰라 새벽에 문자를 보내신 분을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다음날 뉴스를 보니 왜 새벽에 문자가 도착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다음날 뉴스를 보지 않았다면 당시 문자를 보냈던 분은 제 머리속에 평생 예의없는 사람으로 기억될 뻔 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추석은 물론, 설이나 크리스마스 등에는 전체문자 전송을 자제하는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한자씩 적어가는 문자메시지나 따뜻한 목소리가 담긴 전화가 전체문자를 대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긴 합니다만 전화가 힘드시다면 전체문자 대신 개인별 맞춤 문자를 보내보시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