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도 내리고 막걸리도 한 잔 생각나고 해서 마트에서 부침개 거리를 좀 샀습니다. 그 동안 자취하며 음식을 잘 해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오늘 마트서 물건을 사다 문득 부추가 보여 부추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부추전을 해본 적이 없었고 할 줄도 몰랐지만 일단 재료부터 바구니에 쓸어 담았습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저 같이 전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가장 부추전 잘하는 방법이 부침가루 뒷면에 나와 있더군요.
부추전 500g과 800ml 물을 넣고 잘 저어 주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자취생에게 저울과 비커가 있을리 만무했죠. 얼만큼이 몇그람인지 몇 미리리터인지도 음식을 안해 먹어 보았으니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넣고 싶은 맘큼, 이것 저것 다 넣었습니다.
그냥 부침가루 한대접과 물한대접을 넣고 휘휘 저었습니다.
어차피 맛이 있으나 없으나 내가 먹을 음식이니까 맛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지요. 다만 맛이 없었다면...술맛이 좀 안났겠지만..ㅋㅋㅋ
아. 그러기 전에 부추를 잘 썰고 매콤한 맛을 내기 위해 청량고추도 넣었는데요. 전 청양고추를 좀 과하게 넣었더니 너무 매워서 술이 다 깰정도더군요. 막걸리에 은은한 취기를 느끼고 싶으신 분은 청량고추를 좀 적당히 넣으셔야 될 듯해요.
처음엔 부침가루가 아니라 밀가루를 살려고 했습니다. 전 그간 부침은 밀가루로 하는 건줄 알았거든요. 그러다 갑자기 부침가루가 진열된게 눈에 들어 왔고 왠지 이걸로 부쳐야 할 것 같은 광고 문구가 맘에 들어 부침가루를 샀습니다.
부침가루와 부추 그리고 청양고추를 넣었고 사진을 찍은 모습 입니다. 사진으로 보니 참 먹음직 스럽게 나왔네요.ㅋㅋ
고추는 너무 많이 넣지 마시길 다시한번 당부 드립니다. 전 5개나 넣었더니 엄청 맵더군요.
부추전과 고추 그리고 부침가루와 물을 넣고 잘 섞어 줍니다. 그리곤 달아 오른 후라이팬에 식용류를 부은 후 잘 섞인 반죽을 올려 놓으면 되는데요. 조심하셔야 할 것이 반죽을 너무 두껍게 올려 놓으시면 바삭거리는 맛이 없다더군요. 전 두툼하게 반죽을 놓았더니 고소한 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 먹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런 정보가 있어 알려 드려요.
지글지글 부추전이 맛있게 익어 가고 있습니다. 적당히 익은 부추전을 뒤집게로 살짝 돌리면 이제 완성되겠군요. 아 그러기전에 동그랑땡도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워낙 동그랑땡을 좋아해서 말이죠.ㅋㅋ 물론 동그랑땡을 직접 만드는건 불가능했고요. 슈퍼에서 파는 냉동 동그랑땡에 그냥 달걀반죽을 입히는 것만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신선한 달걀 2개를 깨뜨리고 잘 저어줍니다. 그리곤 동그랑 땡들을 퐁당~빠뜨리면 반죽은 끝이죠. 아아아. 설이나 추석때보면 항상 뭘 묻히시던데 그게 아마도 부침가루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부침가루에 한번 묻혀서 튀겨 봤는데...잘 안되더군요.
동그랑땡에 달걀을 입힐 동안 부추전이 잘 익었습니다. 바짝 익혀야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배가 됩니다. 어중간히 익히면 그 뭔가 물컹하고 덜익은 맛이 나더군요.
잘 익은 부추전을 간장에 살짝 찍어 맛을 좀 봤더니.ㅋㅋㅋ 좀 맛있더군요. ㅋㅋㅋ 간장은 지난번 마트에서 사은품으로 준것이었는데 괜찮더군요. 저 사은품 간장이 없었더라면 부추전이 맛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오는 초여름 부추전과 동그랑땡 그리고 막걸리와 함께 했습니다. 총각 혼자 이러고 노니 참 궁상스럽기도 한데요. 오늘 고딩이 제 담배도 훔쳐가고. 기분도 별로 였는데 역시 사람은 단순해서 먹을것 앞에선 기분이 좋아 지나 봅니다.
그리고 예상외로 생전 처음 해본 부추전이 맛까지 있으니 대만족 이었습니다. 부추전 5장과 동그랑땡. 그리고 막걸리 한병을 뚝딱 해치웠더니 갑자기 담배가 피우고 싶군요..ㅋㅋㅋ 금연 시작한지 딱 5시간이 지났을 뿐인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