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수업 중 직업군에 대해 조사하는 과제가 있었다. 과제는 자신이 관심있는 직업군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해 오는 것이었다. 난 물론 기자가 꿈이었고 가장 관심이 많았으며 내가 몇년간 해왔던 일이기도 했다. 난 이 과제가 떨어지자 평소 알고 지내던 모 언론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
멋드러진 언론사의 대표 또는 그와 버금가는 직책을 가진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들을 섭외 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정말 진솔된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이 과제의 핵심이었다. 과제를 부여한 교수님 역시 과제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나도 처음엔 발표를 해야 했기에 조금 더 폼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지만 그런건 내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했다. 단지 내가 그들을 인터뷰 했다면 난 그저 교양 수업 발표시간에 약간 으스델만한 과제를 해 간것에 불과했을거다. 물론 그들을 만났다고 으스데거나 폼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우스운 것이었다.
이런 생각 끝에 난 그 선배기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것이고 처음엔 약간 꺼리던 선배도 인터뷰 내용을 과제용으로만 사용하고 외부에 배포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약속한 날짜는 수요일. 정확한 시간은 선배의 일정에 맞추기로 하고 잡지 않았다. 이동이 많은 직업이라 취재현장도 볼 겸 인터뷰이도 배려할 겸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인터뷰에 나선건 나를 포함한 총 4명. 조별과제 였기에 우리조원 2명을 제외한 모두가 인터뷰에 따라 나섰다.
물론 인터뷰는 나 혼자 나서도 됐지만 난 모든 조원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다. 이들은 기자를 꿈으로 하고 있는 친구들은 아니지만 이 친구들이 꼭 기자에 대한 것이 아닌 그 무언가를 분명히 얻을 수 있을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배기자를 만나기는 무척 어려웠다. 마침 중요한 사건들이 많이 터졌고 이리 저리 장소를 옮기던 탓에 만남의 장소를 정하지 못했다. 결국 저녁 7시쯤 인터뷰가 국회 벤치에서 이루어 졌다. 인터뷰의 내용은 기자에 대한 전반적인 것과 선배기자에 대한 개인적 질문까지 이루어 졌다.
이후 선배는 다시 기사 작성을 위해 국회로 들어 갔고 나와 다른 친구 2명은 선배와 식사를 위해 잠시 국회 근처에서 기달리기로 했다.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선배는 기사 작성을 마치고 우리와 만났다. 맥주한잔과 치킨을 시키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갔고 잠시전 동영상 카메라를 들이데며 이야기 하던때와 달리 정말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물론 난 이런 이야기를 몇번 들은 적이 있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지금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오히려 창피할 뿐이었다.
어쨋든 조원 동생들과 선배기자와 함께 한 토크타임은 2시간 동안 진행됐고 난 동생들에게 문자를 받았다. "오빠 너무 많은 걸 배웠어요"라는...물론 인사치례 문자 일 수도 있었지만 누구 한사람에게나마 내가 매개체가 되어 배움을 주었다는데 기쁨을 느낀다. 또 선배역시 동생들이 모두 집으로 가고 난 후 동생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단 나에 대한 칭찬은 없었지만 말이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