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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장례식 취재기자들에게 고함시사 2009. 9. 2. 23:20
아시아 경제가 보도한 故장진영 장례식 취재열기 캡쳐화면
몇 일전 영화배우 장진영 씨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각종 포털과 뉴스사이트들은 장씨의 죽음을 앞다퉈 보도하며 기사를 기관총 쏘듯이 포털로 쐈습니다.
이런와중에 기자들은 '속보'와 '단독'으로 치장한 기사들도 쏟아냈습니다. 속보와 단독은 기자 자신들의 취재능력을 뽐내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기자는 사안에 대해 가장 정확히 빨리 보도할 수 있어야 하고, 단독 기사를 잡을 수 있는 취재능력도 뛰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 만큼은 제발 그런 속도전과 단독전을 자제했으면 합니다.
저도 기자로 근무 할 당시 몇번의 장례식 취재를 한바 있습니다. 故 먼데이키즈의 김민수, 故최진실, 故노무현 대통령 등 여러 유명인사들의 장례식을 취재해봤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느꼈던 생각은 '이건 아니다'라는 겁니다.
(언론사 사진을 첨부 하고 싶었지만 저작권탓에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기자들의 장례식 취재 열기를 담은 언론사 홈페이지를 캡쳐해 올립니다. )
엄숙해야 할 장례식장에 이상 야릇한 옷을 입고 들어오거나, 제 집 안방마냥 웃고 떠들고, 사실 확인도 안된 고인의 죽음에 대한 추측성 기사나 내보내는 이런 나쁜 일부 기자들의 습성이 매 장례식마다 되풀이 되고 있어서 입니다.
그래서 장례식장을 취재하는 기자분들에게 아래와 같이 제안합니다.
1. 취재는 풀단을 구성하면 어떨까요?
스타들은 언제나 기자들의 관심대상이고 취재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까지 연예인들을 기자들의 취재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장례식 취재는 최소한으로 이루어 져야 합니다.
또 장례식장은 영화제가 아닙니다. 가족과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찾은 분들에게 플래쉬 '고문'을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닙니다.
생각해 봅시다. 동료나 지인이 이런 일을 당했을때 당신이 조문을 갔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달려들며 "한마디만 해주세요", "어떻게 오셨나요", "기분이 어떻습니까" 따위의 말도 안되는 질문을 건내며 눈부신 플래쉬를 터뜨린다면...좋을까요?
2. 최소한의 예의를 갖춥시다.
장례식장입니다. 반바지에 빨간 쫄티를 입고 샌들을 신고오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장례식에 조의를 위해 가는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본예의는 지킵시다.
장례식장을 마치 자기들 안방마냥 생각하며 농담따먹기를 하거나 히히덕 거리는 모습은 제발 보이지 말아주세요.
3. 지인들을 장례식이 끝날때 까지만이라도 괴롭히지 마세요.
가족과 지인들은 정신적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분들입니다. 이런분들을 붙들고 혹여나 기사거리가 될 말들을 만들기 위해 해야할 말, 하지 말아야 할말을 묻지는 않으셨나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하신다고 언제나 말하시겠지만 진정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당신이 깨지지 않기 위해 일하시는 것인지는 분명히 해주세요. 알권리를 위해서라면 풀단 구성으로도 충분합니다.
4. 취재전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어주실 순 없나요?
취재전 최소한 마음속으로나마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어주실 수는 없을까요? 그 동안 (일부) 기자들에게 많이 시달리셨던 분들입니다.
5. 추측 보도는 자제해 주세요.
속보, 단독 등 기자로서 취재력을 뽐내야 하시겠지만 약간의 말실수나 인터넷의 근거없는 소문들을 기사화 하지는 말아주세요. 추측성 보도가 나간 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도 이미 세상에 흩어진 기사는 주워담을 수 없습니다.
몇 일전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탤런트 최강희 씨의 이야기가 생각 납니다. 최강희씨는 연예인들과 몇번의 교제를 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론에 한번도 열애설이 보도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뒷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렇더군요.
모언론사 기자가 최강희씨의 열애를 알고 최강희씨에게 그 사실을 물었답니다. 최씨는 모든 걸 털어 놓고 그 기자에게 울며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 했다더군요. 자신은 괜찮지만 상대방 배우를 위해서 였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기자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 분은 최강희씨 열애사실을 가슴속에 묻어 두셨답니다.
자신이 보도했으면 [단독]이라는 글자를 제목에 큼지막하게 쓰며 보도할텐데 말입니다. 회사에서 엄청난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사실임에도 그 기사를 묻으셨답니다. 쉽지 않은 판단이셨을텐데 끝까지 보도를 하지 않으셨다는군요.
누구나 떠들어 대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면 이 분은 나쁜기자였을 겁니다. 세상사람들의 관심사인 연예인 열애설을 묻어 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연예인이전에 하나의 사람과 인권의 주체라는 면에서 접근해 보면 이 기자분은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기자입니다.
세상에는 기자의 딱 두가지 종류의 기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기자와 나쁜기자... 지금 장례식을 취재하시는 당신은 어떤 기자이신가요?'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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