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시 50분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늦은 식사를 하셨거나, 술자리에 계셨거나, TV를 보셨거나 아니면 회사일로 퇴근을 미루고 계셨겠지요.
그런에 우리가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그 시간 어느 누군가의 목숨이 끊어졌습니다. 그것도 수십, 수백명이 자신의 비참한 죽음을 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철로에 몸을 내던졌습니다.
저 또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 업무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역무원이 손님들의 지하철 출입을 막고 있었습니다. 조금더 가까이 가보니 하얀 종이에 '사상사고, 열차지연'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저 또한 이기적인 인간이기에 역무원을 보자 마자 "얼마나 지연됩니까?"라고 먼저 묻게 되더군요.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다쳤다면 얼마나 다쳤는지 보다 내가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나 봅니다.
일부 사람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을 돌아 나왔지만 저는 지하철 출입구에 앉아 지하철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사람은 하필 지하철에서 뛰어 내려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까라는 생각부터, 목숨은 어떻게 되었을까...무슨일때문에 그랬을까...빨리 스크린 도어가 역마다 모두 설치되어야 겠다...등등 잠시 앉아 있으면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지하철 사고가 급증학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가장 빠르고 쉽게 자신이 의도한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짧은 순간에 모든 것이 이루어 지는 사고의 특성때문이라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런 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기관사가 받는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 정신과 치료를 받고 결국 기관사를 포기 할 정도까지 상태가 심각해 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결국 목숨을 끊기 위해 자신은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도, 지하철을 운행하는 사람도, 사고를 수습하는 119 대원들도, 그리고 그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목숨을 끊을 만한 일도 없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고통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와 비슷한 작은 고통이라도 주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 사고 장소에 어린아이들이나 임산부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어찌되었든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일도 줄어야 하고,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스크린 도어도 서둘러 설치를 끝내야 할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 언제부터 '자살바위'가 되어 버린 것일까요....목숨을 끊기 전에 지하철에서 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다시한번만 둘러 보시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요. 오늘 사고로 목숨을 잃으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