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여름방학만 되면 저는시골 할머니댁으로 갔습니다. 그곳엔 나보다 큰 강아지는 물론이고 고추, 된장, 태극 잠자리(물론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 당시 저희들끼리 불렀던 이름들입니다)와 매미, 심지어 도마뱀에 천연기념물인 장수하늘소도 흔치 않게 볼 수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참 귀한 곤충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요 사슴벌레 입니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곤충들이 있었지만 유달리 요놈에 사슴벌레들은 구경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물론 가끔씩 한두마리가 보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이 사슴벌레도 지금이야 정식명칭으로 부르지, 예전엔 넓적사슴벌레는 아범, 톱사슴벌레는 불황소, 다우리아사슴벌레는 가위, 그리고 넓적사슴벌래 암컷은 돼지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다 못해 유치한 이름을 친구들끼리 지어 불렀습니다.
이런 다양한 이름과 희귀했던 탓에 언제나 사슴벌레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또 사슴벌레들끼리 싸움을 시키기도 했고 뿔의 힘을 테스트하는 등 하여간 지금 생각하면 곤충학대(?)라고 할 만큼 벌레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추억의 곤충이 우연히 눈에 띄었습니다. 지난 6월 오이도로 여행을 갔다가 길가에서 사슴벌레들을 파는걸 보고 냉큼 집과 사슴벌레 암수한쌍과 또 다른 사슴벌레 그리고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구입했습니다.
그 금액도 마리당 5,000~8,000원 가까이 하니 적은 돈은 아닙니다. 또 먹이와 사슴벌레 통까지 구입하니 왠만한 강아지 가격 비슷하게 나오더군요.
사슴벌래는 성충이 2~3년간 산다고 합니다. 그런데 장수풍뎅이는 3개월이 생명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수풍뎅이는 애벌레를 샀습니다. 3개월 후에 풍뎅이 성충이 되니. 9월이면 성충으로 태어날 예정입니다.
이 사진은 풍뎅이 밥입니다. 젤리를 나무통안에 넣어 두면 요녀석들이 몰래와서 먹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놈들 얼굴을 통 보질 못했습니다.
항상 톱밥아래에 숨어 있기 때문이죠. 불을 끄면 나오고 불을 키면 톱밥속으로 숨어드니 야행성곤충이라 그런가 봅니다.
이건 곧 태어날 장수풍뎅이 애벌레 입니다. 이제 한달이면 장수풍뎅이도 늠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애완용 곤충으로 이 두녀석들을 구입했지만 통 키우는 재미가 별로 입니다.
어둠을 좋아하는 탓에 제가 불만 켜만 모두 숨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톱밥안에 숨어 있는 놈들을 꺼내볼 수도 없고요...아무튼 빨리 장수풍뎅이가 성충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장수풍뎅이는 어려서도 책에서만 봤던 놈이라 더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