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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이후 '청피아' 척결한다더니...KISA 원장에 '청와대 비서관 출신' 백기승씨 임명
    시사 2014. 9. 10. 15:02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 기관의 요직을 지내다 '낙하산'을 타고 한 자리씩을 차지하던 '관피아'와 '청피아'가 사라지는 듯 보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 역시 이런 분위기에 맞춰 관피아와 청피아 논란이 일지 않도록 조심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 고위 공무원들은 그간 관행적으로 해왔던 관피아 낙하산을 펴지 못하고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5일, 난데없이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이 내정됩니다. 그것도 추석으로 여론이 분산되는 시기에 맞춰서 말입니다. 


    이미 KISA원장에 백기승씨가 내정됐다는 소문은 KISA가 원장 공모를 시작하면서부터 돌았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물론 기관에서도 이런 소문을 들었지만, 정식 임명이 아니었기에 '쉬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설마 관피아, 청피아를 청산하겠다고 한지 불과 4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피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임명될까?라는 의구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구심과 설마가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그것도 비밀첩보 작전을 하듯이 이뤄졌습니다.


    청피아도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백기승씨는 인터넷 보안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입니다. 지금까지의 이력을 보더라도 홍보전문가입니다. 심지어 IT 기업에서 근무해본 경험조차 전무합니다.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1957년 서울 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줄곧 홍보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대우그룹 홍보임원을 지냈고, 코콤포터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장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대선 후보시절엔 공보기획단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또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청와대 국정 홍보비서관을 지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지난 5월 홍보비서관직을 그만 둔 뒤 휴식을 취하다 화려하게 정부 산하기관장으로 돌아온 겁니다. 


    KISA 원장이란 자리는 국내 인터넷산업과 보안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임에도 그간 정치권과 연이 있는 인물들의 보은 인사 자리로 이용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직전 원장인 이기주 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도 그랬고, KISA 1대 원장은 정치인 출신 김희정 현 여성부 장관이었으며, 2대 서종렬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신이었습니다. 서 전  원장을 제외하고는 현 정부에서 장관과 차관급 자리에 올라 있습니다.


    이런 여러 이유탓에 백기승 원장 내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심은 이미 충분했습니다. 백기승 원장이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 보안 비전문가라는 점, 그리고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KISA 원장에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청피아가 내정된 점 등입니다. 장관의 의지를 꺾을 만큼 큰 힘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북한으로 추정되는 세력에게 청와대와 총리실 등 국가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가 해킹당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또 다시 청피아를 KISA 수장에 임명 했습니다. 보안전문가를 앉혀, 지난해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국가 보안은 안중에 없는 듯 합니다. 


    또 과연 세월호 이후 관피아와 청피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청와대에 있었는지도 의심듭니다.


    정치권에서도 백기승 원장의 임명을 두고 반발합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설마했던 대통령의 관피아 척결의 허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우 의원은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시점에 그것도 업무가 종료되기 불과 20분전에 군사비밀 작전을 수행하듯 기습적으로 대변인을 통해 (백 원장 임명을) 발표했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관피아 척결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정부를 질타했습니다.


    여론이 어떻든, 정치권의 비판 움직이 어떻든 산하 기관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 대상이 아니기에 임명은 정해졌습니다. 미래부 장관이 임명하면 그걸로 임명이 확정되는 것입니다.


    이제 신임 백기승 원장은 11일 오전 KISA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노동조합과  간부 미팅 등을 시작으로 2017년 9월 10일까지 향후 3년 동안 인터넷진흥과 정보보호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물론 3년의 임기를 모두 채울런지 아니면 정권 말기 다른 기업 임원으로 이직할런지는 두고봐야 하겠습니다.


    물론 재직 중 국내 인터넷 보안 발전을 위해서도 뛰어야 겠습니다만, 그간의 전례로 보아 신뢰가 안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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