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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경버스로 '병풍만들어 주는 것'이 예우?
    시사 2009. 5. 25. 12:48


    23일 오전 10시. 졸업시험을 치르고 있던 중 시험감독을 맡았던 조교가 "노전대통령이 자살 했다네..."라는 말을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슨소리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아니겠지..라는 믿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했다.

    졸업시험을 마치고 나오자 마자 DMB를 틀었다. 조교의 말대로 서거소식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이런일이 있을수가 있는가...대통령까지 했던 사람이 자살이라니..순간 눈물이 흐르는걸 억지로 참았다. 


    난 노대통령을 지지하긴 했지만 열정적으로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도 아니요. 노사모도 아니다. 그저 그 분을 좋아했던 마음뿐이 없었는데. 이렇게 눈물이 흐를만큼 슬프다. 내 지인이 아닌 공인들의 죽음소식을 듣고 이렇게 슬퍼한적은 없었다. 나와 말한마디 나누어 보지 못한 대통령이지만 정말 가까이 알고 지냈던 사람의 죽음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토요일 하루를 그렇게 멍하게 집에서 뉴스속보만 지켜보았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1년만에 귀국한 친구가 우리집에 찾아 왔지만 반가움 보다 그리고 친구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 뉴스속보를 보는데 더 눈길이 갔다.

    결국 일요일 친구를 다시 배웅해주고 난 카메라를 들고 덕수궁을 향했다. 일부러 현장에 나가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사람이 붐비는 놀이동산도 딱 질색인 내가 그 많은 사람들 틈새에 끼었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내리자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거기서 부터 난 분향을 포기했다. 그 줄이 길어 수백미터에 이르렀다.

    시청역 지하출입구부터 시작된 줄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죽 이어져 있었다. 한손엔 아이들의 손을 한손에 하얀 국화꽃을 든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눈물을 흘리고 땅을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임시분향소외에도 몇몇사람들이 분향소를 만들어 놓았다. 검은 양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든것일까.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하라고 지시했단다. 그런데 내가 가본 덕수궁은 아니었다. 예우란 말이 무슨 의미인줄 모르는 사람들 같았다. 분향소 주변은 온통 전경버스와 전경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조문객들은 비좁은 버스와 버스 사이를 빠져나가야만 했다. 이것을 시위와 집회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이 추모 분위기가 집회로 변질되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정말 아닌것 같다.

    이날 내가 본 것은 용산참사 현장을,지나가는 시민들이 보지 못하도록 전경버스로 막아 놓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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