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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국열차’ 바퀴벌레 양갱, 직접 먹어봤더니...
    기사 2016. 4. 21. 12:01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는 '맨 끝칸' 사람들이 바퀴벌레 양갱을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마 대부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바퀴벌레가 아닌 곤충을 주식으로 먹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느끼고 왔습니다. 


    70~80년대 먹을거리가 부족해 간식으로 챙겨 먹던 곤충이 이제 산업으로 발전해 어엿한 전문 음식점이 생겨났을 정돕니다. 에너지바·쿠키·파스타·마카롱까지 곤충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소나 닭처럼 식용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가 생기기도 했고 CJ제일제당 등 대기업도 곤충 식품 연구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경북 예천에는 곤충 한과까지 만들어 지고 있다는 군요.


    우리는 왜 곤충까지 먹어야 할까, 또는 곤충이 얼마나 맛있길래 전문 식당과 이를 공급하는 생산농가까지 있을까라는 의문도 듭니다. 그런데 곤충은 이미 국내 뿐만 아니라 UN 차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아프리카 등에서는 수십년간 식량난이 이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에 UN은 곤충을 미래 식량 자원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 곤충, 제가 직접 먹어봤습니다.

    지난 4월 12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약수동에 있는 곤충 레스토랑 ‘빠삐용의 키친’을 찾았습니다. 오전 시간이지만 아이의 손을 잡고 온 학부모들의 ‘쿠키’ 주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선착순 구매는 물론이고 팀당 5개씩의 쿠키만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팀이 모든 물건을 소진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랍니다. 이 식당에서 만든 쿠키는 밀웜(Mealworm : 고소애)이 20% 함유돼 있습니다. 밀웜은 아래 사진에 나오는 지렁이처럼 생긴 곤충입니다. 저는 이 밀웜을 전자렌지에 돌려 먹어봤습니다. 학명처럼 고소애는 고소한 맛이 났습니다.


    이날 이 음식점에서 쿠키를 구입한 김남주(38) 씨는 “곤충이 눈에 보이지 않는 데다 맛도 일반 쿠키와 다르지 않아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영양학적으로도 곤충 쿠키가 일반 쿠키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종종 먹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빠삐용의 키친은 2015년 7월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곤충 레스토랑으로, 현재 ‘원테이블’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점심과 저녁 각 2팀씩 받고 있지만 이미 5월 초까지 자리를 예약하기가 어려울 만큼 인기가 많습니다.

    곤충은 영양학적으로 일반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생산에 따르는 환경 파괴 요소가 적어 미래 식량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식용 곤충은 58~80%가 단백질로 이뤄져 소나 돼지보다 단백질을 2배 이상 함유하고 있을 정돕니다. 또 기존 육류 단백질원에 없는 식이섬유와 필수아미노산, 비필수아미노산도 다량 함유해 현존 단백질원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곤충에 대한 연구는 몇해전 부터 꾸준히 되고 있는데, 이미 2014년 농촌진흥청이 곤충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100g당 쇠고기와 동일한 중량으로 건조한 벼메뚜기의 영양소를 비교한 결과 벼메뚜기의 저탄소 단백질 함량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곤충은 가축을 사육하는 것보다 생육 기간이 짧아 환경오염에 따른 문제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집니다. 사육 기간이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로 가축의 사육 기간 개체 수 대비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생산량도 소나 돼지의 수십 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생육 환경면에서도 쇠고기 1kg을 얻기 위해 1만5400리터의 물이 사용되는 반면 동일한 무게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사육되는 식용 곤충은 물이 아예 소모되지 않거나 최대 3700리터 수준에 불과하니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곤충은 뛰어난 식량이 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식품의 생산부터 조리까지 사용된 물의 양을 계측하는 ‘물발자국’ 등급제에서 곤충은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등급인 ‘B’ 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커지는 곤충 시장, 다양성 높이고 대량화해야


    이처럼 곤충 식품이 점차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국내 대부분의 곤충 사육은 식용이 아닌 반려동물용으로 키워지고 판매됩니다. 정확히 말해 식용으로 키워진 곤충을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식용 시장보다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시장이 월등히 크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용인에서 밀웜과 귀뚜라미 등을 사육하는 ‘미친밀웜’의 김영배(28) 대표는 “현재 밀웜은 월 700만 마리 정도 생산해 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반려동물용으로 소모되고 있고 식용 납품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또 “현재 국내 식용 곤충 음식점이 단 2곳뿐이기 때문에 식용 곤충 시장이 크게 형성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용 곤충 음식점 중 한 곳인 ‘이더블버그’에 밀웜 등을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5년 전부터 밀웜 등을 전문적으로 사육하기 시작해 지금은 전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규모를 갖췄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정부가 그 동안 곤충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은 탓입니다. 2010년 곤충 사육 농가는 265곳, 2012년 384곳에 불과했기 때문에 정부의 관심이 자연스레 적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5년 말 곤충 농가가 724곳으로 늘었고 특히 곤충 생산과 유통만 주업으로 하는 곳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들 중 연 매출액 1억원이 넘는 농가는 약 9%뿐이라고 하니 여전히 곤충 농가의 성장에 정부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절반이 넘는 60%의 농가는 연 1000만원의 매출도 넘지 못하는 상황이라니 심각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제2차 곤충 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곤충 산업 육성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5년 후 현재 곤충 시장을 1.7배, 5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또 곤충종자보급센터를 설치해 종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신품종 곤충을 생산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1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강순례 농림축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 사무관은 “현재 곤충 자원을 활용한 최대 시장은 지역 행사용 소재로, 그 규모가 70%를 차지해 시장의 자생적 생태계 조성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정부는 곤충 산업에 대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눈으로 본 곤충 시장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곤충의 외형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곤충을 갈아 가루로 사용하면 일반 음식과 외형이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소한 맛 때문에 더 맛있다는 평도 있습니다. 물론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납니다. 앞으로 몇년 뒤 곤충을 활용한 제품이 실제 가공식품으로 유통될 날이 머지 않은 듯 합니다. 1~2년내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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