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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관과 밥 먹다 '떡 실신'
    시사 2009. 4. 21. 02:44

    장태평 장관과 블로거들의 간담회 자리

    블로거들과 장태평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실로 충격이다. 내가 장관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것도 그렇지만 장관이라는 사람이 너무나 소탈하다는데 더 충격을 먹었다. 난 그 동안 정부 관료들은 '거만하고 독선적이며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었지만 그 착각은 오늘로 산산이 깨졌다.

    18일은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블로거와 장관과의 대화 행사가 마련되어 있었던 날이었다. 나도 이날 블로거의 일원으로 약 20명 정도의 블로거 기자들과 이 행사에 참가했다. 그간 인터넷 상에서 자주 접할 있었던 이름만 대도 알 만한 파워블로거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과 함께 서울 양재에서 3시간여를 달려 충남 금산에 도착했다. 출발 직전 화장실을 간 날 알아 차리지 못하고 버스가 그냥 떠나버리기도 했지만 어쨋든 무사히 다시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날 일정은 금산에 위치한 한국벤처농업대학 졸업식을 보고, 농식품부 장관과 농민들의 블로거 CF촬영, 이후 블로거들과 장관과의 간담회로 순서가 짜여 있었다.

    농업인들과 대화하는 모습


    첫 일정인 농업대학 졸업식 취재 후 벤처농업대학으로 장소를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자그마하고 아담한 학교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잠시뒤면 장관이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학교 이곳 저곳을 돌아보고 있던 중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멀찌감치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난 그간 언론에서 수차례 보도한 그의 차림을 봤다. 역시 언론보도와 같이 점퍼 차림이었다. 이날은 곤색 점퍼를 입고 등장했다. 그 뒤를 대변인과 수행원이 동행했다. 하지만 내가 본 장관의 모습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고 이어진 그의 행동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간 내가 보아온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어딜 가든 패거리(?)였다. 기자간담회는 물론이고 연극을 보러 올때조차도 그들은 패거리로 몰려 다녔다. 물론 경호나 기타 준비사항들 때문에 인력이 많이 필요 했을 수도 있겠지만 내겐 그리 썩 좋아 보이지 않는 패거리 동행처럼 보였다. 

    블로거들에게 농업인들의 생산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지방 방문시에는 방문지역 지자체장이나 관계 공무원들이 수행을 오는게 관행이었다고 하니 참 공무원도 못할 짓이겠다. 높은(?)사람 한번 뜨면 주말이건 밤이건 졸졸졸 따라 다녀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그들과 달리 장 장관의 방문은 조용했다. 어떤 언론사도 동행하지 않았고 지자체장도 함께 하지 않았다. 유관기관장도 없었다. 그는 어느새 소리 소문없이 내가 선 운동장 가운데까지 올 정도로 조용히 등장했다.

    이후 농민들을 위해 광고 CF를 찍을때도 그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점잖을 빼지 않았고 정말 열과 성을 다했다. 블로거들이 농민들을 위해 블로거 홍보용 광고를 찍을때 직접 농산물을 맛보며 그 농산물의 장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 또 블로거들의 포즈 요구나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나로서는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장관은 파프리카를 거의 반이나 먹었다.


    다소 무리한 포즈를 요구해도 아니면 플래쉬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는다고 누구처럼 "성질이 뻗쳐서 증말"이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격식을 차리느라 행사를 5분도 지연시키지 않았다. 누군 악수한다고 수만명을 기다리게도 했지만 말이다. 

    된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고 농업인과 친구처럼 대화하며 생쌀과 달걀, 매운 고춧가루를 거침없이 입에 털어 넣는 모습에서는 정말 떡실신 할뻔했다. 물론 그간 정치인들이 이런 보여주기 쇼를 한것도 많이 보았지만 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성성이 보였다.

    대천김은 나도 예전부터 먹어 와서 정말 맛있다는걸 안다. 그런데 가격이 일반김에 비해 약간 비싼게 흠이다.


    또 CF촬영 이후 이어진 블로거 기자간담회에서는 블로거들의 살짝 민감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질문도 자료를 찾아가며 대답했고, PD수첩 관련 질문에도 둘러대거나 얼버무려 버리려는 또는 대변인이 나서 장관의 답변을 막는 행위도 없었다.
     
    물론 언론사 기자들을 모아 놓은 기자간담회가 아니었지만 이자리에는 기자 몇명도 있었기에 자칫잘못 하다간 구설에 오를 수도 있는데도 소신껏 답변을 내 놓았다. 내가 보기에 이 자리에 참석한 블로거들 중 다수는 진보적 성향이 짙은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물론 나도 그런 성향이 있었고...

    농업인이 가져온 생산품을 블로거들이 취재하고 있다.


    이런 즐거운 시간속에 농업인들과의 CF촬영 그리고 블로거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난 12시가 약간 넘은 시간 서울에 도착했다. 덕분에 택시비가 만원이나 나왔지만 말이다. 어쨋든 이번 행사 참가로 난 관료에 대한 또 다른 면을 봤고 그간 내가 너무 일면만 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물론 내가 본 것이 정말 진실인지 아니면 내가 또다른 정치인에게 낚인건지는 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한국벤처농업대학 졸업 및 입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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