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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체국 알뜰폰 판매, 직원도 고객도 '멘붕'기사 2013. 9. 28. 00:23
“저희도 위에서 시켜서 한번 교육만 받았지 사실 잘 몰라요. 고객센터 전화 하시는게 정확해요”
우체국 알뜰폰 판매 첫날인 27일 오전 9시 서울 A우체국. 알뜰폰 판매 담당 직원 앞에는 60대로 보이는 한 명의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 앞에는 실제 단말기 대신 종이로 프린터된 그림과 요금이 적힌 한 장의 종이가 보일 뿐이었다. 궁금한 점이 많았는지 노인은 여러 질문들은 쏟아냈지만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팸플릿 보시면 나와 있으니, 요금과 기계 결정하고 다시 오세요”라는 퉁명스런 대답 뿐이었다.
또 다시 기계(단말기)라도 보고 가겠다는 그의 말에 직원은 “기계가 없다”는 짧은 말로 결국 고객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나 역시 알뜰폰 가입을 위해 상담을 신청했지만, 우체국 직원은 택배 업무를 하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요금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불쑥 내민 팸플릿을 살펴본 뒤 몇 가지 질문을 하자 “궁금한게 왜 이렇게 많으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지금 내가 고객인지, 바쁜 직원들을 괴롭게 하는 불청객인지 잠시 착각이 들만큼 머리가 멍해졌다.
알뜰폰에 대한 내용을 모르기는 동료 직원도 똑같았다.
“저희도 처음인데다, 위에서 시켜서 급하게 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다”며 양해를 먼저 구했지만, 역시 설명에는 서툴었다. 결국 동료 직원마저 선불전화카드를 구입한 뒤 데이터와 음성 통화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에는 전혀 대답하지 못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은 다른 우체국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B우체국도 종이로 인쇄된 단말기를 유리상자 안에 넣어둔 채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직접 보고 구입할 수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이 우체국에서는 5만5000원 요금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최신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기본적인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터넷으로 가입하기를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에 확인결과 우체국 알뜰폰은 인터넷 구입이 불가능할 뿐더러, 더 저렴한 요금제에서도 해당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대답을 얻었다. 결국 직원이 엉뚱한 설명을 한 것이다.
이렇듯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가 27일부터 전국 226곳에서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알뜰폰이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알뜰폰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가져오고 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 직원들을) 이미 교육을 다 시켰고, 견본 단말기까지 모두 우체국으로 보냈줬는데 아직 전시도 하지 않고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알뜰폰 담당자 2명을 지정해 판매와 관련된 교육을 시켰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직원들은 단 1회 단체 교육을 받았을 뿐이었다.
또 직원들이 알뜰폰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알뜰폰을 판매해도 직원들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도 소극적 판매에 나선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결국 우체국 일선 직원들은 기본 업무와 함께 알뜰폰 판매까지 더 해졌으니, 짜증이 날만도 해보였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처음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며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실제 휴대전화를 가져다 두고, 알뜰폰 업체 관계자까지 나와있던 우정사업본부 광화문 우체국의 사정은 달랐다.
이곳은 이미 사진기자와 취재기자들이 알뜰폰 판매 첫날을 보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곳이다. 우정사업본부 측도 이곳을 취재대상으로 지정했다.
불과 몇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우체국들과는 사정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보여주기 위한 준비가 된 곳과 일선 현장의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우체국 알뜰폰 첫날 전국 1000여대가 판매됐고, 226곳의 우체국에서 전국 3300여곳의 우체국으로 판매점 수를 확대한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판매 대수가 1000여대를 넘었다는 것은 우체국에 접수된 서류 숫자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우체국이 서류를 접수해 알뜰폰 사업자에 전달하면, 사업자는 다음날 해피콜을 하게되고 이후 택배로 단말기를 배송하기 때문에 하루만에 판매 물량이 파악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락 내리락하던 우체국 알뜰폰 판매량이 실제 얼마나 될런지, 또 문제점들이 어떻게 개선될런지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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