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의원, "세월호 내 ‘여객명부’ 처음부터 없었다"
세월호 침몰 직후 정확한 승선인원이 파악되지 않아 혼란이 있던 가운데, 4월 15일 당시 작성된 세월호의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에 여객명부가 ‘없음’으로 보고된 것으로 드러나 혼란이 가중된 바 있다. 그런데 최민희 의원(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2014년 1월부터 4월까지의 ‘세월호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를 제출받아 확인한 결과, 모든 점검보고서에 ‘여객명부 없음’으로 표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운항관리자를 선임하여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지도?감독할 법적 책임이 있는 해운조합이, 세월호뿐만 아니라 모든 여객선에 여객명부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관행적으로 ‘여객명부 없음’을 묵인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여객선 승선자에 대한 확인 소홀의 원인이 해운법 등 법적 규정의 미비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 4월 15일뿐 아니라 모든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 ‘여객명부 “없음”’으로 표기
최민희 의원이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제출받은 1월부터 4월까지 28건의 ‘세월호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에는 모두 ‘여객명부’란이 ‘없음’으로 체크되어 있었다. 또한 승선객과 선원의 숫자, 일반화물의 무게, 자동차 대수는 기재되어 있었지만, 컨테이너 숫자는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화물적재 과적 등과 직결되는 컨테이너 수량이 기재되어 있지 않음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묵인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해운조합 측의 부실 감독이 원인인데, ‘여객명부 없음’의 경우에는 부실감독에 더해 제도적 미비까지 더해진 결과로 드러났다.
최민희 의원실에서 해운조합측에 “왜 여객명부가 ‘없음’으로 기재되어 있나? 여객명부가 없어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확인하자, 해운조합측은 “법에 여객명부라는 개념이 없다”며 “다만 해운법에 따라 승객들이 승선신고서를 작성하는데, 승선신고서는 여객선이 아니라 선사가 보관하고 있어 선내에는 없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즉 배 안에는 존재하지도, 비치하지도 않는 여객명부를 두고 선장이 점검하도록 양식이 만들어져있는 상태에서, 선장은 당연히 ‘여객명부 없음’으로 체크해 해운조합에 제출하면 해운조합 역시 이를 접수만 했다는 것이다.
■ ‘여객명부 없음’을 당연시 한 선장·선사·해운조합·해경·해수부...“경악할 수준”
해운조합의 주장대로 해운법 제21조의2 제1항에는 “여객선등에 승선하려는 여객은 여객선등의 출항 전에 승선신고서를 작성하여 여객운송사업자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항에서는 “여객운송사업자는 제1항에 따라 제출받은 승선신고서를 3개월 동안 보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운법에 별도의 ‘여객명부’에 대한 규정은 없고, 해양수산부령으로 만들어진 ‘해운법 시행규칙’에서 승선신고서에 이름, 성별,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해, 사실상 승선신고서가 ‘여객명부’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별도의 여객명부가 없는 상황에서 이 승선신고서를 여객선에는 비치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아, 승객의 안전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비상사태시에 여객선 안에서는 신원확인조차 시급히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경우에도 제대로 된 승선신고서든 여객명부든 승객의 신상명세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세월호에 비치되어 있었고, 침몰 전 이 자료를 들고 나왔다면 현장에서 신속하게 인원 확인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 양식에는 버젓이 ‘여객명부’ 확인란이 포함되어 있고, ‘없음’으로 체크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해양수산부가 방조 내지 조장했다는 것이다.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는 해양수산부령인 ‘해운법 시행규칙’에서 운항관리자로 하여금 선장으로부터 제출받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식 또한 ‘해운법 시행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여객명부’ 확인란이 포함된 ‘출항 전 안전점검보고서’ 양식을 여객운송사업자나 해운조합이 자의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해수부가 법에 따른 규칙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수부는 여객선에 별도의 여객명부를 비치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보고서 양식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여객명부 없음’으로 체크해도 선장과 선사는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아왔다. 점검의 책임이 있는 해운조합 역시 아무런 문제제기없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최민희 의원은 “여객선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법으로 작성하도록 한 보고서에 ‘여객 명부’의 비치여부를 확인하도록 했음에도, 여태껏 ‘없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자체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법과 현실이 따로 노는 정부와 책임기관들의 전형적인 관료적 탁상행정으로 인해 국가적 대참사에 혼란이 가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운법, 선박안전법 등 관련 법령을 면밀히 살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